
유사강간죄 신설, 과연 타당한 것이었는가?
유사강간죄가 신설되지 않았다면, 결과는 많이 달랐을...
법무법인 정향 파트너 변호사 차 성 원
대한민국 형법에는 2012년 12월 18일 아래와 같은 제297조의2 ‘유사강간죄’가 신설되었고,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13년 6월19일부터 시행되었다.
제297조의2(유사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위 조항의 신설취지는, 사실상 강간과 다름없는 행위가 범해진 경우에도 기존 강간죄의 구성요건만 따질 경우에는 성기와 성기의 결합 즉, 삽입행위만을 실행행위로 인정하고 있어 그 외의 성적 강제추행에 대한 강력처벌이 불가능하였기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가령 군대에서 범해지는 수많은 성적 학대행위나 변태성욕을 가진 가해자들이 행하는 성기 삽입 이외의 행위들 및 성기의 삽입단계까지는 가지 않았으나, 그 직전 단계까지 간 경우 등을 처벌해야 하기에 그 취지는 일응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강간죄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여전히 그 행위들은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죄’로는 처벌이 가능하였다. 다만, 강제추행죄의 형량은 유사강간죄의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보다 훨씬 경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강제추행죄 형량의 하단은 벌금까지 가능하여 유사강간죄보다 훨씬 낮지만 상단은 최대 10년의 징역까지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 위와 같은 경우에도 강간죄가 성립한 경우와 거의 동일한 처벌이 가능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강간죄라는 새로운 범죄가 신설됨에 따라 사실상 입증이 불가능에 가까운 손가락 및 도구 등을 사용한 강제추행의 경우에도 강간죄와 거의 동일한 형벌인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예전 같았으면 강제추행죄로 처벌되었을 많은 사건들이 유사강간죄로 처벌되게 되었고, 그 결과 사실상 강제추행죄의 형량의 하단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자 당연하게도 성폭력 사건의 경우 합의가 성립하기 위한 합의금의 액수도 과거보다 한층 더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미투 사건’ 들이 터지고 각종 여성단체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사회분위기 전체가 성폭력에 대하여는 가차 없이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쪽으로 크게 기울면서 성폭력 사건의 경우 정말로 100%로 완벽한 증거가 없는 한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할 경우 무죄판결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되었고, 위 유사강간죄 등이 신설되면서 형벌 또한 엄해져서 적절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자는 90% 이상 ‘구속’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후회강간”이라는 신조어가 발생할 정도로 강간의 피해자를 자처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가해자로 지목된 남자들은 사실은 강간 내지 유사강간을 범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강간죄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되었다. 여기서‘후회강간’이란, 남자와 여자가 만난 뒤 두 사람이 서로 원해서 ‘원나잇’ 즉, 당일 잠자리를 함께 한 경우 그 날 이후 며칠이 지났는데도 상대 남자가 여자에게 따로 연락도 하지 않고 여자의 연락도 받지 않는 경우 여자입장에서 기분이 상하고 후회가 되어 상대방 남자를 갑자기 ‘강간’으로 고소하는 상황 등을 일컫는 말이다. 성폭력 범죄의 강력한 처벌을 위하여 형벌의 하한선을 높인 ‘유사강간죄’가 위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들이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거의 대부분 구속을 당하게 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성폭력 가해자는 당연히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기에 필자도 이 글을 통해 그들을 옹호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형사처벌, 그 중에서도 구속의 최후수단성 및 다른 범죄의 처벌과의 균형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즉,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다시피 성폭력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은 실제로 강간 내지 유사강간을 범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구속을 면치 못하게 되어 결국 자신의 인생전체가 나락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형사처벌은 사회적으로 그 대상자를 ‘범죄자’라고 낙인을 찍는 효과를 발생시키고 대상자는 ‘전과자’가 되어 평생 그 낙인효과를 받아야 하기에 그 영향력이 막대하다. 특히나 그 처벌이 구속인 경우 이러한 효과는 더욱 명확히 발생한다. 그렇기에 행정벌이나 그 밖의 수단으로도 해결이 가능할 경우에는 형벌은 사용되어서는 안 되며, 특히나 구속은 그 효과가 명백하고 막대하기에 부득이 형벌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면 피해야 한다(구속의 최후수단성). 또한 형벌의 경중은 결국 침해된 법익의 크기에 비례하여 결정되어야 하므로 성범죄가 아닌 여타 폭력범이나 재산범 등과 비교하여 유독 성범죄에 대해서만 그 죄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에도 그에 비해 과중하게 처벌하는 것, 예컨대 구속을 하거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 등은 타당하지 않다(형벌의 균형성).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유사강간죄의 신설은 강제추행죄로 의율되어 구속까지는 피할 수 있었을 수 많은 피고인들을 구속에 처하게 함으로써 구속의 최후수단성 및 형벌의 균형성에 문제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피고인 입장에서 이처럼 중한 범죄인 ‘유사강간죄’의 성립을 저지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증거가 사실상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피해자의 진술만 있으면 유사강간죄의 성립자체를 막을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실제로 필자가 맡았던 사건을 하나 예로 들어 보겠다.
의뢰인분은 유사강간죄 등으로 고소를 당했는데, 본인 주장으로는 스킨십 자체는 있었으나 유사강간죄에서 말하는 손가락이나 기구의 삽입은 절대로 없었다고 한다. 유사강간 부분이 무죄가 될 경우 의뢰인은 구속을 면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유사강간죄의 성립 여부는 이 사건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후 ‘국과수’라 한다)의 DNA채취결과 피해자의 속옷 및 성기에서 피의자의 DNA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범죄사실이 피의자가 피해자의 성기에 손가락을 수 회 집어넣었다는 것이었고 피해자는 범행 당일 경찰서에 신고하며 동시에 검사를 시행하였었기에, 이럴 경우 실제로 피의자가 손가락을 집어 넣었음에도 피의자의 DNA가 검출되지 않을 확률은 1% 미만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그랬기에 필자는 이러한 국과수의 과학적 증거를 중점적으로 지적하며 유사강간죄에 대해서 무죄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완전한 패소였고 그것도 그냥 패소가 아니라 유사강간 부분에 대한 반성이 없고 변명을 한다는 이유로 오히려 형량도 예상보다 더 강하게 나왔다. 필자의 DNA 주장에 대해서는, 국과수가 법원에 ‘DNA가 자신들이 인식할 수 있는 한계용량보다 적게 채취될 경우 결과로 현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던 것을 그대로 원용하며 배척하였다.
이 사건에서 유사강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피고인이 손가락을 상대방의 성기에 넣었는지 여부였고, 그 당시 법원은 성범죄의 경우 잠재적 범죄인인 피고인의 진술보다는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는 피해자의 진술만을 받아주는 분위기였기에 피고인이 손가락을 넣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실상 DNA검출결과 뿐이었다. 그리고 피고인으로서는 천만 다행스럽게도 국과수의 검출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던 것이다. DNA 검출은 정말 사소한 접촉만 있어도 양성반응이 나오기에 피고인으로서는 본인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에 피해자의 속옷에 자신의 손이 닿은 적이 있어서 양성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던 중에 받은 그야말로 천상의 선물과도 같은 결과였는데, 재판부는 이토록 중요한 피고인의 마지막 주장을 사실상 판단자체도 안 해주고 배척해 버린 것이다. 결국, 의뢰인은 4년의 유기징역 형을 선고받았다.

만일 위 재판 당시가 유사강간죄가 신설되지 아니한 상태였다면, 과연 피해자는 자신의 성기에 피고인이 손가락을 넣었다는 주장자체를 하였을까? 아니 실체적 진실은 결국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므로 피해자는 주장을 하였다고 치고, 그럴 경우 국과수 감정결과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면 재판부에서 과연 위 사건에서처럼 그 결과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배척하였을까? 그리고 강간이 아니라 강제추행에 해당하여 피고인의 구속 가능성이 낮았다면 과연 피해자는 끝까지 합의를 거절하였을까? 이처럼 수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가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유사강간죄가 신설되지 않았다면 분명히 그 결과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거라는 점이다.
이상은 경력 10년 이상인 어느 변호사가 평소 머릿속으로만 하던 생각 일부에 대하여, 특정한 의도 없이 끄적여 본 것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생각들을 틈틈이 써 볼 생각이니 그냥 재미로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차성원(칼럼리스트)
원문링크 : https://www.mnlnews.net/news/view.php?bIdx=46791
유사강간죄 신설, 과연 타당한 것이었는가?
유사강간죄가 신설되지 않았다면, 결과는 많이 달랐을...
법무법인 정향 파트너 변호사 차 성 원
대한민국 형법에는 2012년 12월 18일 아래와 같은 제297조의2 ‘유사강간죄’가 신설되었고,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13년 6월19일부터 시행되었다.
제297조의2(유사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위 조항의 신설취지는, 사실상 강간과 다름없는 행위가 범해진 경우에도 기존 강간죄의 구성요건만 따질 경우에는 성기와 성기의 결합 즉, 삽입행위만을 실행행위로 인정하고 있어 그 외의 성적 강제추행에 대한 강력처벌이 불가능하였기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가령 군대에서 범해지는 수많은 성적 학대행위나 변태성욕을 가진 가해자들이 행하는 성기 삽입 이외의 행위들 및 성기의 삽입단계까지는 가지 않았으나, 그 직전 단계까지 간 경우 등을 처벌해야 하기에 그 취지는 일응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강간죄가 성립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여전히 그 행위들은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죄’로는 처벌이 가능하였다. 다만, 강제추행죄의 형량은 유사강간죄의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보다 훨씬 경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강제추행죄 형량의 하단은 벌금까지 가능하여 유사강간죄보다 훨씬 낮지만 상단은 최대 10년의 징역까지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 위와 같은 경우에도 강간죄가 성립한 경우와 거의 동일한 처벌이 가능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강간죄라는 새로운 범죄가 신설됨에 따라 사실상 입증이 불가능에 가까운 손가락 및 도구 등을 사용한 강제추행의 경우에도 강간죄와 거의 동일한 형벌인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예전 같았으면 강제추행죄로 처벌되었을 많은 사건들이 유사강간죄로 처벌되게 되었고, 그 결과 사실상 강제추행죄의 형량의 하단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자 당연하게도 성폭력 사건의 경우 합의가 성립하기 위한 합의금의 액수도 과거보다 한층 더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미투 사건’ 들이 터지고 각종 여성단체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사회분위기 전체가 성폭력에 대하여는 가차 없이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쪽으로 크게 기울면서 성폭력 사건의 경우 정말로 100%로 완벽한 증거가 없는 한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할 경우 무죄판결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되었고, 위 유사강간죄 등이 신설되면서 형벌 또한 엄해져서 적절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자는 90% 이상 ‘구속’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후회강간”이라는 신조어가 발생할 정도로 강간의 피해자를 자처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가해자로 지목된 남자들은 사실은 강간 내지 유사강간을 범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강간죄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되었다. 여기서‘후회강간’이란, 남자와 여자가 만난 뒤 두 사람이 서로 원해서 ‘원나잇’ 즉, 당일 잠자리를 함께 한 경우 그 날 이후 며칠이 지났는데도 상대 남자가 여자에게 따로 연락도 하지 않고 여자의 연락도 받지 않는 경우 여자입장에서 기분이 상하고 후회가 되어 상대방 남자를 갑자기 ‘강간’으로 고소하는 상황 등을 일컫는 말이다. 성폭력 범죄의 강력한 처벌을 위하여 형벌의 하한선을 높인 ‘유사강간죄’가 위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들이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거의 대부분 구속을 당하게 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성폭력 가해자는 당연히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기에 필자도 이 글을 통해 그들을 옹호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형사처벌, 그 중에서도 구속의 최후수단성 및 다른 범죄의 처벌과의 균형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즉,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다시피 성폭력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은 실제로 강간 내지 유사강간을 범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구속을 면치 못하게 되어 결국 자신의 인생전체가 나락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형사처벌은 사회적으로 그 대상자를 ‘범죄자’라고 낙인을 찍는 효과를 발생시키고 대상자는 ‘전과자’가 되어 평생 그 낙인효과를 받아야 하기에 그 영향력이 막대하다. 특히나 그 처벌이 구속인 경우 이러한 효과는 더욱 명확히 발생한다. 그렇기에 행정벌이나 그 밖의 수단으로도 해결이 가능할 경우에는 형벌은 사용되어서는 안 되며, 특히나 구속은 그 효과가 명백하고 막대하기에 부득이 형벌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면 피해야 한다(구속의 최후수단성). 또한 형벌의 경중은 결국 침해된 법익의 크기에 비례하여 결정되어야 하므로 성범죄가 아닌 여타 폭력범이나 재산범 등과 비교하여 유독 성범죄에 대해서만 그 죄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에도 그에 비해 과중하게 처벌하는 것, 예컨대 구속을 하거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 등은 타당하지 않다(형벌의 균형성).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유사강간죄의 신설은 강제추행죄로 의율되어 구속까지는 피할 수 있었을 수 많은 피고인들을 구속에 처하게 함으로써 구속의 최후수단성 및 형벌의 균형성에 문제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피고인 입장에서 이처럼 중한 범죄인 ‘유사강간죄’의 성립을 저지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증거가 사실상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피해자의 진술만 있으면 유사강간죄의 성립자체를 막을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실제로 필자가 맡았던 사건을 하나 예로 들어 보겠다.
의뢰인분은 유사강간죄 등으로 고소를 당했는데, 본인 주장으로는 스킨십 자체는 있었으나 유사강간죄에서 말하는 손가락이나 기구의 삽입은 절대로 없었다고 한다. 유사강간 부분이 무죄가 될 경우 의뢰인은 구속을 면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유사강간죄의 성립 여부는 이 사건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후 ‘국과수’라 한다)의 DNA채취결과 피해자의 속옷 및 성기에서 피의자의 DNA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범죄사실이 피의자가 피해자의 성기에 손가락을 수 회 집어넣었다는 것이었고 피해자는 범행 당일 경찰서에 신고하며 동시에 검사를 시행하였었기에, 이럴 경우 실제로 피의자가 손가락을 집어 넣었음에도 피의자의 DNA가 검출되지 않을 확률은 1% 미만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그랬기에 필자는 이러한 국과수의 과학적 증거를 중점적으로 지적하며 유사강간죄에 대해서 무죄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완전한 패소였고 그것도 그냥 패소가 아니라 유사강간 부분에 대한 반성이 없고 변명을 한다는 이유로 오히려 형량도 예상보다 더 강하게 나왔다. 필자의 DNA 주장에 대해서는, 국과수가 법원에 ‘DNA가 자신들이 인식할 수 있는 한계용량보다 적게 채취될 경우 결과로 현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던 것을 그대로 원용하며 배척하였다.
이 사건에서 유사강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피고인이 손가락을 상대방의 성기에 넣었는지 여부였고, 그 당시 법원은 성범죄의 경우 잠재적 범죄인인 피고인의 진술보다는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는 피해자의 진술만을 받아주는 분위기였기에 피고인이 손가락을 넣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실상 DNA검출결과 뿐이었다. 그리고 피고인으로서는 천만 다행스럽게도 국과수의 검출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던 것이다. DNA 검출은 정말 사소한 접촉만 있어도 양성반응이 나오기에 피고인으로서는 본인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에 피해자의 속옷에 자신의 손이 닿은 적이 있어서 양성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던 중에 받은 그야말로 천상의 선물과도 같은 결과였는데, 재판부는 이토록 중요한 피고인의 마지막 주장을 사실상 판단자체도 안 해주고 배척해 버린 것이다. 결국, 의뢰인은 4년의 유기징역 형을 선고받았다.
만일 위 재판 당시가 유사강간죄가 신설되지 아니한 상태였다면, 과연 피해자는 자신의 성기에 피고인이 손가락을 넣었다는 주장자체를 하였을까? 아니 실체적 진실은 결국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므로 피해자는 주장을 하였다고 치고, 그럴 경우 국과수 감정결과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면 재판부에서 과연 위 사건에서처럼 그 결과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배척하였을까? 그리고 강간이 아니라 강제추행에 해당하여 피고인의 구속 가능성이 낮았다면 과연 피해자는 끝까지 합의를 거절하였을까? 이처럼 수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가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유사강간죄가 신설되지 않았다면 분명히 그 결과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거라는 점이다.
이상은 경력 10년 이상인 어느 변호사가 평소 머릿속으로만 하던 생각 일부에 대하여, 특정한 의도 없이 끄적여 본 것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생각들을 틈틈이 써 볼 생각이니 그냥 재미로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차성원(칼럼리스트)
원문링크 : https://www.mnlnews.net/news/view.php?bIdx=46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