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제추행 공방 8시간 … 배심원 전원 "무죄"이끈 참여재판

무죄 판결을 이끈 박건호(사진 왼쪽), 강호석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
스크린 골프장에서 함께 일하던 여직원의 가디건을 벗기고 강제로 포옹하고 엉덩이를 때렸다는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피고인이 범죄 혐의를 완전히 부인하는 상황에서 4월 29일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가 넘을 때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했고, 그날 저녁 8시 20분경 의정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오창섭 부장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배심원 평결과 같은 결론으로 무죄를 선고했다(2024고합525).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성범죄에서 피해자 진술만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경우 증명력을 엄격히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시간에 걸쳐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검사와 변호인의 상반되는 주장과 법리 등을 충실히 경청한 다음 상당한 시간 동안 평의를 거쳐 평결을 하였는 바,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배심원들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고소인(여직원)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발생한 일말의 사건으로 인해 피해사실을 과장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고소인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고소인을 강제로 추행한 것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소인의 범행 일자에 관한 진술을 믿기 어려워, 실제 범행에 있었던 것인지 의심이 든다”며 “피고인은 법정에서 제3차 범행이 있은 후 출근하지 않았고 제3차 범행이 마지막 범행이라고 증언했는데, 이는 수사기관에서 제2차 범행과의 선후를 밝히지 못했던 것과 18일 제3차 범행 후 19일까지 근무했다고 한 진술과 다를 뿐 아니라, 3차 범행이 가장 수치스러웠다고 증언했음에도 정작 3차 범행에 대하여는 상담기관에서 일절 언급한 바가 없는 점, 고소인의 출근카드에 주말 출근시간대인 7시 30분으로 기재돼 있고, 고소인이 출근일인 19일에 출근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던 사정을 찾기 어려워 실제 토요일까지 근무했을 개연성이 높아 위 증언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이밖에도 고소인의 고소가 늦어지게 된 경위가 의심스럽다고 설시했다.
A 씨의 변호인으로 무죄를 이끌어 낸 강호석(42·사법연수원 40기) 변호사는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 대법원 판결 이후 여성이 진술만으로 성범죄를 고소하는 경향이 늘었는데, 고소인 진술이 상당히 의심스러울 경우 일반 국민인 배심원의 시각에서 유무죄를 다투는 국민참여재판을 통한 판결이 이뤄진다면 국민이 판결을 보다 더 납득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사법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해 보니, 하루 종일 재판이 진행되고 배심원과 재판부를 모두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구두 변론, 증인신문에 자신이 있는 변호사가 아니면 시도해 볼 생각 자체를 하기 어려운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15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처음 경험했는데, 설득력 있게 변론하고 신문해 배심원 전원일치 무죄 평결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인인 박건호(43·40기) 변호사도 “최근 많은 변호사들이 준비의 어려움과 힘든 과정으로 인해 기피하는 국민참여절차를 통해 만장일치의 무죄를 얻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법무부, 대법원에서 적극적으로 권장 홍보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제대로 열리지 않는 국민참여재판이 제대로만 활용하면 의뢰인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15년간 두 차례 국민참여재판을 경험했는데, 두 사건 모두 배심원 전원을 설득하고 재판부가 배심원 평결을 존중하여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에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출처 : https://www.lawtimes.co.kr/news/208071
[단독] 강제추행 공방 8시간 … 배심원 전원 "무죄"이끈 참여재판
무죄 판결을 이끈 박건호(사진 왼쪽), 강호석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
스크린 골프장에서 함께 일하던 여직원의 가디건을 벗기고 강제로 포옹하고 엉덩이를 때렸다는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피고인이 범죄 혐의를 완전히 부인하는 상황에서 4월 29일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가 넘을 때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했고, 그날 저녁 8시 20분경 의정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오창섭 부장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배심원 평결과 같은 결론으로 무죄를 선고했다(2024고합525).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성범죄에서 피해자 진술만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경우 증명력을 엄격히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시간에 걸쳐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검사와 변호인의 상반되는 주장과 법리 등을 충실히 경청한 다음 상당한 시간 동안 평의를 거쳐 평결을 하였는 바,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배심원들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고소인(여직원)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발생한 일말의 사건으로 인해 피해사실을 과장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고소인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고소인을 강제로 추행한 것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소인의 범행 일자에 관한 진술을 믿기 어려워, 실제 범행에 있었던 것인지 의심이 든다”며 “피고인은 법정에서 제3차 범행이 있은 후 출근하지 않았고 제3차 범행이 마지막 범행이라고 증언했는데, 이는 수사기관에서 제2차 범행과의 선후를 밝히지 못했던 것과 18일 제3차 범행 후 19일까지 근무했다고 한 진술과 다를 뿐 아니라, 3차 범행이 가장 수치스러웠다고 증언했음에도 정작 3차 범행에 대하여는 상담기관에서 일절 언급한 바가 없는 점, 고소인의 출근카드에 주말 출근시간대인 7시 30분으로 기재돼 있고, 고소인이 출근일인 19일에 출근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던 사정을 찾기 어려워 실제 토요일까지 근무했을 개연성이 높아 위 증언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이밖에도 고소인의 고소가 늦어지게 된 경위가 의심스럽다고 설시했다.
A 씨의 변호인으로 무죄를 이끌어 낸 강호석(42·사법연수원 40기) 변호사는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 대법원 판결 이후 여성이 진술만으로 성범죄를 고소하는 경향이 늘었는데, 고소인 진술이 상당히 의심스러울 경우 일반 국민인 배심원의 시각에서 유무죄를 다투는 국민참여재판을 통한 판결이 이뤄진다면 국민이 판결을 보다 더 납득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사법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해 보니, 하루 종일 재판이 진행되고 배심원과 재판부를 모두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구두 변론, 증인신문에 자신이 있는 변호사가 아니면 시도해 볼 생각 자체를 하기 어려운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15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처음 경험했는데, 설득력 있게 변론하고 신문해 배심원 전원일치 무죄 평결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인인 박건호(43·40기) 변호사도 “최근 많은 변호사들이 준비의 어려움과 힘든 과정으로 인해 기피하는 국민참여절차를 통해 만장일치의 무죄를 얻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법무부, 대법원에서 적극적으로 권장 홍보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제대로 열리지 않는 국민참여재판이 제대로만 활용하면 의뢰인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15년간 두 차례 국민참여재판을 경험했는데, 두 사건 모두 배심원 전원을 설득하고 재판부가 배심원 평결을 존중하여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에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출처 : https://www.lawtimes.co.kr/news/208071